브레이크뉴스 최애리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권 분쟁이 2차전으로 들어선 국면이다.
앞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진칼 최대주주 KCGI와 3대주주 반도건설과 손 잡으며, 조원태 회장을 압박한 가운데,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조원태 회장의 편에 서며 본격적인 ‘남매의 난’이 시작됐다.
이에 조원태 회장은 6일 재무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대한항공 경영쇄신안을 내 놓으며,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번 개선안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공을 들였던 호텔·레저 사업에 대한 매각방안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
반면, KCGI는 기존 경영진이 내놓는 방안에는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며,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견제하고 나섰다.
송현동 부지·왕산마리나 매각 카드 꺼낸 조원태..조현아 지우기?
대한항공은 6일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개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자산인 서울 종로구 소재 대한항공 토지(3만6642㎡) 및 건물(605㎡) 매각과, 인천시 중구 을왕동 소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대한항공 지분 100%) 지분 매각을 각각 추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매각안과 관련해 대한항공 측은 “비수익 유휴자산과 비주력 사업에 대한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의 저극적 의지 표현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왕산레저개발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회항’ 사건 이전까지 대표를 맡았던 회사이며, 송원동 부지는 한옥 호텔 건립을 추진했던 부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그동안 애착을 가져왔던 호텔·레저 사업을 매각함으로 인해 조 전 부사장의 복귀를 적극적으로 봉쇄하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즉, 그룹에서 조현아 지우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는 것.
아울러 대한항공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키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사내이사인 우기홍 사장이 위원직을 사임하고, 사외이사인 김동재 이사를 신규 위원으로 선임됐다.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설치를 권고하고 있는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도 의결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가치 및 주주권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 검토하는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KCGI, 조현아 전 부사장 등 공동보유 합의는 경영 혁신·효율화 공감대
이에 대해 KCGI는 이날 지분 공동보유 합의에 대한 입장을 통해 조원태 회장을 견제하고 나섰다.
KGGI는 “이번 공동보유 선언은 조원태 회장을 필두로 기존 경영진이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과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며 “KGGI는 2018년부터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및 과도한 부채비율, 비효율적인 경영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지만, 2019년 3분기 말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922.5%에 달하는 등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공동보유 합의 이후 한진그룹의 기존 경영진은 뒤늦게 새로운 경영개선 방안을 내어놓고 주주들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그러나 주주들을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아니라 거추장스러운 ‘외부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견지하는 기존 경영진이 내놓는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올해에도 주주총회를 앞두고 또 다른 미봉책을 내놓을지 모르겠으나, 진정한 개선의 의지나 노력이 담보되지 않은 채 자신의 지위 보전에 급급한 대책만 내놓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며 “전문경영인을 필두로 사내외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기업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고, 주주들이 이사들의 경영활동에 대해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해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의 모습이다”고 강조했다.
KCGI는 “이번 공동보유 합의는 기업 발전에 대한 비전과 능력도 없이 한진그룹을 특정개인의 사유물과 같이 운영하는 기존 경영체제를 새로운 전문경영체제로 변화시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이루기 위한 첫 걸음이다”고 전했다.
한편, 조원태 회장와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와중에, 오는 3월 예정인 한진그룹의 주주총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 지분 6.52%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0.0%)과 카카오(1.0%)와 이명희 고문(5.31%), 조현민 전무(6.47%), 재단 등 특수관계인(4.15%) 등 총 지분율이 33.45%를 확보했다.
조원대 회장에 맞서고 있는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하고 있으며, KCGI(17.29%)와 반도건설(8.28%)과 지분을 공동 보유하기로 합의하면서 지분율 32.06%로 확보했다. 이 중 의결권이 없는 반도건설 지분 0.8%를 감안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총 31.98%의 지분을 보유한 셈이다.
즉, 양측의 지분율 격차는 불과 1.47% 차이로 국민연금(4.11%)과 개인투자자(30.38%) 등이 캐스팅 보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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