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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알을 낳을지 칼을 낳을지 주목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칼이 보여준 리얼리즘 형상력의 신영역 확대를 기대하며

김태균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0/02/24 [10:06]
생활/문화
영화 '기생충', 알을 낳을지 칼을 낳을지 주목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칼이 보여준 리얼리즘 형상력의 신영역 확대를 기대하며
김태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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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2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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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뉴시스

 

한국영화 기생충이 세계 최고의 영예인  골든 글러브 아카데미상 수상식에서 4관왕이란 전대미문의 영광을 안았다. 축하할 일이다. 한국영화 백주년을 통틀어 한국영화의 세계성을 인정받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가장 개인적인 것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아카데미 감독상을 들어 올리며 선배감독의 말을 인용하며 그에게 축하의 공을 넘기는 겸양과 그리고 미국 중심의 아카데미 영화제가 로칼 영화제에서 비로소 국제영화제로서의 변화를 통해, 봉준호 감독 개인이 아닌 세계적인 개인의 창의력이 곧 세계성의 등극이라는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다.
 
 영화 기생충을 처음 봤을 때 나는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에서 주인공이 들었던 낫을. 그리고 집에 돌아오며 아마 85년인가 감옥에서 쓴 김남주의 시를 생각하며 시집을 펼쳤다. “주인과 종”이란 시이다.


  ‘주인이 종에게 ㄱ자도 모른다고 깔보자 바로 그 낫으로 종이 주인의 목을 베어 버리더라’ 라는 시이다. 그리고 또한 헤겔이 말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이 추억을 반추시키기며 되돌아 왔다. 주인이 종에게 냄새 난다고 깔보다 결국 칼에 맞아 죽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강렬하면서도 당황스럽게 다가왔다.    

 

 분명 영화 기생충은 사람과 사람들의 얽힌 삶, 그것이 갖는 얽힌 문제에 대한 리얼리즘의 세계에 천착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세계와 비견해 보면 공존과 기생에 문제를 심도 있게 현미경 드려다 보듯, 풀어가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 대한 세계적인 열풍과 찬사로 이어지는 요즘 분위기에서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얼토당토한 평은 단지 ‘자막을 읽지 못한 이유’라는 그의 지적능력을 희화하는 비평보다 한편으로 미국 백인 우월주의로 미국 자본주의 우상화에  빠진 그로서는 애당초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낯선 한국사회의 모습 그리고 다소 우화적인 알레고리즘으로 엮어지는 이야기인 영화, 기관단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미국 판 난동에 비하면, 사소해 보이는 칼부림 정도를 그림을 그린 영화 가지고 그리고 할리우리영화의 클래식이라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정도는 돼야 상을 받는 것 아니냐는 그의 되물음은 한편 이해된다. 그러나 미국중심의 빅브라더 사회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마구 갈가리 찢는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반성, 신자본주의와 양극화로 인한 갈등과 비인간화의 현실 모순에 대한 세계적인 공감을 아마도 트럼프는 모를 것이다.

 

처음 영화 기생충을 보며 기생과 공존 그리고 공생 그리고 갈등과 파국으로 이어지는 플롯 전개를 보며, 보통의 영화결말인 해피 엔딩이 아닌 묵직한 여운으로 관객에서 되묻는 화두가 칼처럼 머리에 꽂혔다. 신자본주의화 사회의 양극화와 그로 인한 계급적  갈등의 심화로 야기되는 문제를 트럼프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 웃긴 소리로 왜 인디언 모자를 쓰고 사람을 죽였을까 하는 물음은 있겠다.  

 

한편 영화기생충의 유명도에 편승, 지난 1999년 인도영화 ‘민사라 칸나’를 제작한 영화사가 자신의 영화를 표절했다고 고소진행을 준비 중이라는 기사를 전하고 있어 표절 관련 황당한 느낌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전하는 신문도 기생충이긴 마찬가지이다.  '민사라 칸나'는 젊은 남성이 백만장자의 여동생과 독일에서 사랑에 빠지며, 백만장자 여동생 언니 집에 보디가드로 들어갔고, 또한 남동생과 누나도 각각 집사와 요리사로 고용돼 함께 생활하는데, '민사라 칸나' 제작자는 원래 신분을 숨기고 거짓으로 백만장자 집에 침입하는 점이 표절이라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위장 취업이라는 플롯 설정은 있지만, 봉준호가 그린 기생(寄生)은 사랑놀음이 아니라 삶을 위한 비극적 기생과 공존의 파탄과 파국이라는, 신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한 가정과 인간의 붕괴를 그린 것이다. 판소리에서 말하듯 비슷한 이야기도 이면(裏面)을 어찌 그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위장취업이라는 일반적인 전개가 중요한 것이 아닌 작자에 따라 전혀 다른 이면을 그리는 상상력과 해상력이 바로 예술의 경지가 되는, 중요한 관점의 문제이다. 그런 리얼리즘의 구현에 있어 봉준호 감독의 탁월성을 표절로 분탕 치면 안 될 것이다.

 

어찌 보면 영화 기생충은 최근 대한항공 오너 가족 특히 모녀의 갑질, 표독한 욕설과 운전기사와 직원을 발로 차는 비근한 상황이 그려진다. 영화 기생충은 갈수록 심해지는 신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한국의 현실을 그려낸 리얼리즘 영화이다. 정원이 있는 넓은 집과 물 넘치는 반 지하 집, 그리고 지하 벙커는  자본주의 계급이 사는 공간을 상징한다.

 

지하벙커①와 반 지하 집② 그리고 정원 있는 집③에 사는 가족들의 신분 상승의 욕구가 계단으로 상징된다. 그러나 갈수록 고착화되는 선(線)의 영역과, 신분차별을 상징하는 냄새라는 메타포를 통해 갈등과 파국을 그린다. ①과②는 서로 같은 입장이지만 서로 다른 방법으로 ③에 봉사하고 기생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③을 위한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인다.

 

주인과 노예 혹은 종, 자괴적으로 보면 기생충들인  ①과 ②의 공생을 위한 몸짓이지만, 결국 ②는 ①이 들고 나온  주인 ③의 칼로 ① 을안죽이고 ③을 찔러 죽인다. 냄새난다는 ③의 오만을 칼로 찔러 죽이며  갈등과 파국은 종장을 찍는다. 적의 칼로 적을 죽이는 위대한 신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②는 ①의 위치로 지하 벙커에 기생하게 되고, ②의 아들은 아버지가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올 수 있게 ③이 되겠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는 불투명한 미몽(迷夢)의 세월은 그대로 흘러간다.    

 

▲ 김태균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영화 기생충의 문맥을 읽은 외신기자가 인터뷰에서 혁명을 그린 것이냐는 물음에 ‘나는 현실을 그린 것이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란 취지의 봉준호 감독의 답을 보며 그의 공력을 느낀다. 나운규 아리랑에서 낫은 일제에게, 김남주 시인의 낫은 독재를 향했다. 봉준호 감독의 칼은 누구를 향하고 있을까!

 

*필자/김태균

 

음악평론가,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전 국립극장 기획위원, 전 국립국악원 기획홍보팀장, 삼청각 바람의 도학 작-연출 등 다수 작품 연출. 칼럼니스트.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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