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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새 할아버지…독립운동가 지운 김철수 옹

“종달새, 이 새는 말이여 우리나라 텃새여-우리나라 전 국토에 있어”

배규원 문화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0/03/23 [10:31]
생활/문화
종달새 할아버지…독립운동가 지운 김철수 옹
“종달새, 이 새는 말이여 우리나라 텃새여-우리나라 전 국토에 있어”
배규원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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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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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규원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종달새 할아버지"라 불리우는 시아버님의 지인 한분이 있었다. 원래는 부안 할아버지, 또는 지운선생님으로 부르지만, 우리 애들은 종달새 할아버지로 기억할 것이다. 약간 굽은 작은 키.

80고령에 한복 두루마기를 입은 전형적인 시골 노인이다. 전북 부안에 사는 이 어른이 어느 날 애들 보여 주라고 새장을 하나 들고 왔다. 

아버님의 손을 맞잡으며

ㅡ어 그려 내가 얼마 전에 독도에 댕겨 왔어.

ㅡ노구에 어쩌자고 그 먼 길을 다녀오셨소 그려. 새 날리려 가셨군요? 

ㅡ종달새가 부화해서 제 소리도 익혔길래 내친김에 갔다가 이리 왔다오.

 

말만 듣고 있으면 젊은이들의 취미생활 얘기 같았다. 시아버지는 이분이 오면 몹시 반가워 했고 사랑채에 머무는 동안에는 찾아오는 지인 분들과의 회식을 위해 매일 잔치 같은 각별한 상차림을 준비시켰다.

 

종달새.

ㅡ이 새는 말이여 우리나라 텃새여 우리나라 전 국토에 있어. 일본 놈들이 독도를 제 것이라고 억지 부리잖아. 내가 종다리를 울릉도 독도에 갖다가 풀어 놓았지.  우리 땅에는 우리 새가 있어야 해요. 그리고 말이여.  이 종다리가 알에서 깨어나면 좀 있다 제 어미한테 생애처음 새울음 소리를 배우지. 말하자면 발성법이지. 소리를 배울 때 제어미가 아니고 다른 새가 곁에 있으면 그 잡새 울음소리를 배워버린다네. 그래 인공으로 키울 때는 꼭어린 종달새 옆에는 어미 종다리가 있어야해. 그래야 제소리를 배워, 사람이나 새나 부모에게 바르게 배우는 게 참 중요해. 봄날에 하늘높이 나르는 종달새소리 참 듣기 좋거든. 근데 이놈이 높이 튀어 오르는 버릇이 있어 새장에서 키우려면 날개 아래를 찝어줘야 튀어올라 새장 지붕에 머리 찧는 일이 없어. 이 놈은 그 과정 다 마쳤어. 처마에 걸어두어도 된다네. 

 

나는 이 자상한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었다. 간 뒤에야 시아버지에게 자세히 그분에 대해 말씀해줬다. 이분이 바로 독립운동가 지운 김철수 옹이다. 전라북도 부안의 지주 양반집 출신으로 이웃동네 고창의 대지주 집안인 인촌(동아일보)김성수와 선후배 사이였다. 일본 유학도 인촌이 신 학문을 해야 된다고 지운선생의 부모님을 잘 설득해줘서 가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  와세다 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우리 민족에게는 독립이 가장 시급하다고 느껴 3.1운동전후에 중국 상하이로 가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 공헌했다.

 

이때 마오쩌뚱과 뜻이 통해 친구사이라 할만큼 막역하게 지냈다고 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 독립자금횡령 사건으로 곤경에 빠졌을 때 그 돈을 대신 변상해줘서 해방 뒤 좌익사상가를 모두 처단할 때 이승만이 그분만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배규원 여사에게'...1981년, 지운선생이 89세에 써준 반야심경.     ©브레이크뉴스

 

국내로 귀국하여 조선 공산당에 가입하여 조직 위원장직을 맡았으나 1930년에 일본 경찰에 독립운동으로 체포되어 징역 8년을 선고 받는다. 이때의 변호사가 가인 김병로, 요즘도 정치주변을 맴도는 김종인의 부친이다. 계속 갖가지 시국사범으로 연루되어 45년 해방 때까지 공주형무소에서 오랜 수감생활을 보냈다. 이때도 동서고금 수많은 책을 읽고 수행을 하며 독립에 대한 열망을 다졌다. 해방이후 좌익과 우익의 관계를 개선하여 여운형과 함께 좌우 통일정부 를 구성하려는 노력을 하던 중 여운형이 암살당하자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정계를 은퇴 하고 바로 낙향했다. 그 후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며 은둔생활을 해온 것이다.

 

국가는 그에게 2005년 건국훈장을 추서했다. 시아버지는 그분을 천하 무소불통(통하지 않는 것이 없다)이며, 사상가 철학가 자연주의자이며 훌륭한 서예가라 했다. 실제로 올 때마다 적벽부 금강경 귀거래사 등 병풍거리를 몇 개씩 가져왔다. 항상 펼쳐진 지필묵으로 즉석에서 일필휘지로 원하는 글을 써주기도 했다. 

 

이제 옛 어른들은 모두 저 세상으로 가셨다. 그렇게 애타게 찾으려 했던 내 나라에서 부지런하면 누구나 잘살 수 있고 민주주의도 꽃피고 있다. 구국일념으로 국가에 헌신하고 은둔 생활로 인생의 회한마저도 품격으로 승화시킨 종다리 할아버지. 독도에 그 종다리는 정착하여 잘 살아있는지 오월하늘에 힘차게 솟아오르는 종달새의 노래를 올해는 꼭 귀 기울여 들어봐야겠다.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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